#134 [일러스트] 달러왕

by 메타 posted Nov 05, 2016 Views 1113 / 5 Picks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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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달러왕


제품 일련 번호 : HeinsymrAmeD


제품 보증 기간 : 기억속의 먼 그녀를 찾으면


제품 상세 제원

 1) 성별 : XY염색체

 2) 직책 : 노동력자

 3) 특징 : 크고 동그란 눈과 탈부착 가능한 수염



제품 부가 설명 :


  모두가 단잠을 꾸고 있을 새벽. 앙상한 덩굴로 덮인 창문 안에서 엷은 불빛이 비춰져 나오고 있다. 정원에서부터 자라나 집을 덮은 덩굴의 이파리들이 창을 가려 안이 보이지 않았지만, 겨울 바람에 바짝 말라버린 탓인지 작은 바람에 잎새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면서 드디어 집 안이 보이기 시작했다. 집 안에서는 동그란 두상에 빵모자, 잘 가꿔진 콧수염과 얼룩덜룩한 앞치마를 두르고 은은한 허브향을 풍기는 이 사내는 어떤 여인을 그림에 담아내고 있는 중이다. 오랜 시간 꿈쩍도 않았는지 배달 음식을 시켜먹은 그릇이 방 한 켠에서 파리를 날리며 말라붙어 있었지만, 퀭한 얼굴과 끝이 살짝 쳐진 눈은 오로지 그림에만 집중하고 있다. 창 밖에는 해가 뜨고 지고, 정원의 허브들이 활짝 피었다 지기를 몇 번을 반복했을 때, 드디어 그림이 완성되었는지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림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손에 쥔 붓을 꺾어버리고는...

  "아니야! 이것도 아니야! …으아아아악!"

  사내의 신경질적인 목소리는 새벽이 준 포근한 정적을 부숴버렸다. 이어 단단한 물체를 바닥에 집어던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높이 쌓은 물건이 무너지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고, 숨돌릴 틈도 없이 이내 화실 창문이 깨지면서 철제 이젤과 물감이 한가득한 팔레트가 정원에 나뒹굴기 시작했다. 정원의 풀들이 흘러내리는 물감에 휘감겨 자기 색을 잃어가는 사이, 남자는 자기 화실을 난장판으로 만들고도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깜빡거리는 전등마저 사납게 뜯어버렸다. 잠깐 조용한 듯 싶더니, 남자는 화실에서 나와 정원에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왜... 기억이 나지 않는거야..."

  서럽게 울고 있는 이 남자는 D구역의 길거리 화가 달러다. 바람결도 반짝이던 포근한 봄날, 달러는 분수대 근처에 앉아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다. 평일 낮이라 손님이 없어서 잠시 쉬려고 붓을 내려놓고 사람이 많지 않은 공원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그때 바람에 날리는 은은한 꽃향기가 코를 매만졌다. 부드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향기는 근처 꽃가게에서 파는 꽃향기가 아니었다. 달러는 연신 콧수염을 들썩거리며 향이 날아오는 곳을 찾아 바라봤고, 거기엔 하얗게 빛나는 여인이 벤치에 앉아 나른한 봄날을 즐기고 있었다. 달러는 여인에게서 나는 향기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바로 자리에 돌아가 그녀의 모습을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머리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목에는 은색의 별이 달린 목걸이와 연한 하늘색 드레스, 하얗고 가느다란 팔다리와 연노랑빛 구두. 아름다운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려고 미친듯이 그림을 그려나갔지만, 달러는 긴장을 너무 한 나머지 결국 붓을 놓치고 말았다.

  "어서... 어서 그려야 돼."

  다시 붓을 주워서 벤치에 앉은 여인을 그리려는 그때 연인으로 보이는 한 커플이 달러의 앞에 와서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주문했다. 달러는 잠깐 멈칫했다가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로 시선을 돌렸는데, 그녀는 온데간데 없었다.

  "어... 어으... 어으어..."

  그 곳엔 여인이 바람결에 두고 간 꽃향기만 은은하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 날부터 달러는 여인의 모습을 떠올리려 노력해봤지만 헛수고였다. 입고 있던 옷과 모자가 바람에 살랑이는 느낌까지 기억이 나는데, 얼굴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게 너무 괴로웠다. 그녀를 꿈에서라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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