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일러스트] 가랑연어

by 메타 posted Oct 14, 2016

 

#131  가랑연어

 

제품 일련 번호 : DONINMIPLZ

 

제품 보증 기간 : 수분이 말라버려서 맛이 없어질 때

 

제품 상세 제원 :
 1) 성별 : XX염색체
 2) 직책 : 노동력자
 3) 특징 : 상단에 박힌 곡괭이는 데코레이션. 먹을 수 있다.

 

 

제품 부가 설명 : 
 바다에서 힘차게 헤엄치는 이 연어에게는 사연이 있었다. 연어는 먼 곳까지 나갔어도 집을 찾을 수 있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의 주인공 '가랑연어'는 기억을 잃어버려 집이 어느 방향인지 모른다. 가랑연어라고 이름붙여진 이유는 이 연어에게 눈물이 많기 때문. 천지에 소금물인 바닷속에서 울어봤자 눈물이 표현되겠냐마는, 가랑연어의 초롱초롱한 눈은 그리운 고향을 생각할 때마다 유난히 반짝였다. 그 강바닥의 자갈돌은 어떻게 생겼는지, 민물 냄새는 어땠는지, 바위 옆에 살던 연서의 지느러미 색깔까지도 기억날 것 같은데 하필 방향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니. 다른 연어들이 집에 돌아가는 계절에도 가랑연어는 집을 찾지 못해 깊은 바다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떻게서라도 집을 찾겠다는 깊은 결심을 한 가랑연어는 무리에서 떨어져 여러 바다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깊고 캄캄한 바닷속에서 혼자 여행하는 것은 자살행위였지만, 고향에 돌아가고 말겠다는 마음은 두려움을 짓눌러버렸다. 오로지 감에 의존해 헤엄치기 시작한 가랑연어는, 몇 달에 걸친 긴 여행 끝에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바다에 도착했다. 백사장 앞 바닥이 비치는 바다에는 하얀 산호들이 가득했고, 예쁜 비늘을 가진 물고기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마음만 같으면 여기서 얼마든지 살 수 있겠는데, 고향 생각에 머리를 돌려 다음 바다로 향하는 가랑연어.

또 며칠이 지나 바닷냄새가 달라질 쯤 멀리서 물결이 혼란스러운 것이 느껴졌다. 많은 물고기들의 비명소리와 파닥거리는 지느러미 소리는 물 위로 향하며 점점 약해지다가 뚝 끊겼고, 그러기를 몇 번을 반복할 쯤 가랑연어는 뒤에서 급히 헤엄쳐오는 무리들에 휩쓸렸다.

 

"우리 여기 있으면 위험해"
"어디로 가야하지? 위로? 아래로?"
"사방에 인간이야. 어떻게 도망가야 하지."

 

물고기들이 혼란스럽게 움직이는 이유는 인간들이 쳐놓은 그물 때문이었고, 그것이 지금 가랑연어가 있는 무리를 둘러싸고 있던 것이다. 급히 나갈 곳을 찾아 봤지만 그물은 가깝게 조여들어 도망칠 곳이 없었고, 이대로 고향에 못 갈 것이라는 생각에 가랑연어의 눈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그리고 그물은 꽉 조여들어 물고기 무리를 통째로 물 위로 끌어올렸고, 가랑연어는 물이 아닌 환경에 노출되면서 숨이 가빠지더니 눈 앞이 아릿해졌다.

 

...

 

웅성거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을 땐 가랑연어는 차가운 접시에 놓여 정해진 길을 따라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정신을 너무 오래 잃었는가 온몸이 뻐근하다 싶어서 지느러미를 움직이려 했는데, 맙소사. 지느러미가 없다. 숨을 쉬려 했는데 아가미의 느낌도 나지 않는다. 당황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어차피 운동신경이 없는걸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도중에 반짝이는 물체에 가랑연어의 모습이 비춰졌다. 하얗고 동그란 알 같은 것에 빨간 살점이 올려져있고, 흘러내리지 말라는 듯이 귀상어 아저씨 머리 같은게 등에 콕 박혀있었다. 


"하하, 하하하... 이건 꿈일거야. 꿈이겠지. 내가 너무 충격을 받아서 이러는 걸꺼야. 그래 금방 깨겠지."

 

고향에 돌아가는 상상을 하다 행복해진 가랑연어는 눈을 꼭 감은 채 옅은 미소를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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