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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영상] 춘강

by 메타 posted Oct 02, 2016 Views 667 / 5 Picks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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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춘강

 

제품 일련 번호 : KIUTRDIMP

 

제품 보증 기간 : 계약을 모두 이행할 때 까지

 

제품 상세 제원 :

 1) 성별 : XY염색체

 2) 직책 : 노동력자

 3) 특징 : 빨간 머리, 빨간 눈, 빨간 날개. 빨갱이

 

제품 부가 설명 :

  달빛도 희미한 어느 날 밤. 안개숲에서 불빛이 반짝거린다. 빨간 불빛을 흘리는 커다란 그림자는 어둠 속에서도 날렵하게 움직이면서 숲에서 길을 잃어 헤매던 나그네를 뒤쫓고 있다. 나그네가 인기척을 느껴 뒤를 돌아봤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았고, 그는 메고 있던 짐을 내던지며 필사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나그네는 전속력으로 달렸지만 어둠 속 괴물이 내는 울음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다가오는 공포에 반쯤 미쳐버린 나그네는 정신없이 뛰다가 나무에 머리를 받고 쓰러져버렸다. 눈 앞이 희미해진 나그네 앞에 괴물의 형상이 나타났고, 무기력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 나그네가 눈을 질끈 감자 괴물은 곧 작은 악마로 모습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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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하하하, 내가 그렇게 무서웠냐?"

 

  빨간 눈을 가진 작은 악마는 쓰러진 나그네의 눈 앞에 얼굴을 들이밀며 그를 조롱했다. 그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자 작은 악마는 "이건 패배자에게 찍는 징표야. 내가 지워주기 전까진 넌 내 노예고."라며 나그네의 손에 문양을 새기기 시작했다. '악마의 장난에 넘어가 노예가 되다니.' 나그네는 분한 감정이 치솟았지만 문양이 다 새겨짐과 동시에 정신을 잃었고, 작은 악마의 노예목록에는 불쌍한 나그네 한 명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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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작은 악마 '춘강'이 마지막으로 수집한 노예가 겪은 일이다. 춘강은 심심할 때마다 이렇게 숲 속을 떠돌며 희생양을 찾곤 했는데, 사람들 사이에 귀신나오는 숲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아무도 숲에 접근하지 않자, 심심해진 춘강은 달이 뜨지 않은 밤에 가까운 마을로 내려왔다. 모두가 잠들어 고요한 마을을 돌아다니던 춘강은 한 집에서 노란색 빛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았고, 호기심에 살짝 연린 문틈으로 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벽난로가 있었지만 밝진 않았고, 집 안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했다. 그리고 노란 빛은 거실 탁자 위에 놓인 손바닥만한 노란 구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장난칠 사람이 없음에 춘강은 잠시 머뭇했지만, 빛나는 장난감에 욕심이 난 춘강은 이걸 훔치기로 마음먹었고, 문을 살짝 밀어 살금살금 집 안으로 들어가 탁자 위의 구체를 유심히 들여다봤다. 구체에서 나오는 빛은 달을 품은 것처럼 신비로웠고, 구체 주변엔 따뜻하면서도 포근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춘강이 구체에 손을 대자, 구체의 빛이 꺼지고 거센 바람이 불면서 춘강은 구체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갑자기 구체에 갇힌 춘강은 탈출하려고 발버둥쳤지만 나갈 수 없었고, 구체가 다시 빛을 내면서 그림자가 작아지는 바람에 변신도 할 수 없었다.

 

"뭐야! 어떻게 나가는 거지? 변신도 안 되잖아!"

 

덫에 걸린 작은 악마가 발버둥칠 때, 기둥 뒤에서 파란 머리의 소년이 나타났다. 소년은 구체 안에 갇힌 춘강을 살펴보더니, "빨간 눈을 가진 악마. 너였구나, 숲에서 나온다던 귀신의 정체가!"라면서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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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 널 잡기 위해 며칠을 기다렸어. 설마 이렇게 쉽게 잡힐 줄은 몰랐는걸?

춘강 : 넌 누구야! 나한테 왜 이러는거지?

소년 : 내가 누군지 알 필요 없어. 난 그저 숲에서 나오는 귀신을 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거든.

춘강 :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소년 : 딱히 내가 뭘 한 건 아니고, 네가 건드린 그 구체가 조금 신비로운 거라서 말이야. 그 안은 따뜻하니? 내가 안 들어가봐서 모르겠네. (웃음)

춘강 : 감히 비웃다니!!! 난 악마다! 날 조롱한 댓가를 꼭 치르게 될 거다!

소년 : 글쎄, 일단 거기서 나오고 나서 말해야겠지. 악마씨.

 

소년에게 붙잡힌 춘강은 온갖 수작을 부리면서 구체에서 나가려고 발악했지만 구체에는 흠집도 나지 않았고, 그럴때마다 소년은 구체를 가볍게 흔들어 춘강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구체에 갇혀 며칠을 보낸 끝에 춘강은 풀려나기 위해 소년에게 협상을 하자고 했고, 소년은 여태까지 춘강이 잡아온 노예들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몇 년을 모은 노예 컬렉션을 없애려니 속이 끓는 춘강이었지만,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소년의 목을 그어버릴 작정이었기 때문에 순순히 실종되었던 사람들을 풀어줬다. 노예야 다시 모으면 그만이니까. 마법이 풀리며 사람들이 구체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소년은 재빨리 사람들을 구체 밖으로 끄집어내었고, 실종자 명단과 비교하면서 사람의 수를 세기 시작했다. 24명. 엄청난 숫자였다.

 

춘강 : 내가 잡은 노예는 모두 풀어줬어. 이제 너도 날 풀어줘.

소년 : ...스물 둘, 스물 셋, 구둣가게 아들 어셔까지 총 스물 네 명. 모두 풀어준 게 맞나보네. 잘했어. 하지만 널 풀어줬다간 또 다시 악행을 저지르겠지?

춘강 : ?! 무슨 소리를 하는게냐! 난 약속을 지켰다!

소년 : 넌 다신 세상에 나오면 안 돼. 악마야. 하지만 네가 내 소중한 구체를 더럽히는 걸 보고싶지도 않으니, 너를 믿을만한 사람에게 넘겨야겠어.

춘강 : 망할 녀석, 내가 밖에 나가기만 하면 네 살을 잘근잘근 씹어먹어 버릴테다!

 

며칠 뒤 소년은 '믿을만한 사람'을 찾아갔다. 소년은 두상의 반이 사라진 형체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구체 안에 갇힌 것에 대하여 설명했고, 그 형체는 구체 안에 든 춘강을 살펴보더니 소년에게 잠시 둘이 대화할 수 있겠냐며 구체를 조용한 방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 : 고개를 들어라, 악마. 너희 종족은 '계약'이란걸 한다지. 나와 계약을 해보는 건 어떤가?

춘강 : 계약에 대해 알고 있다니, 넌 악마를 처음 만난게 아닌가보군. 그래, 악마는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대가를 받아간다. 하지만 네가 소원을 빌어봤자 난 이 안에 갇혀서 아무 힘도 쓰지 못해. 날 풀어준다면 네 소원을 들어주겠다.

??? : 널 무엇으로 믿어야하지? 구체 안에 갇혀있으니 계약도 하지 못할텐데.

춘강 : 아니, 의식을 치르면 될 뿐이지. 내 이름은 춘강이다. 악마를 부를 땐 악마의 이름을 세 번 부르고, 계약을 맺겠다고 말하면 된다.

??? : 네 말이 유효한지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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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이 통하지 않음을 안 춘강은 결국 계약을 맺고서야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잘못된 인성을 가져 악행을 저지르는 시민들의 행동을 고쳐놓으라니. 그것도 천 명이나! 자유의 대가가 이렇게 컸던가. 손해보는 장사였지만 모든 것이 그 망할 소년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에, 어서 계약을 끝마치고 파란 머리의 소년을 찾으러 가겠다는 마음뿐인 춘강이었다.

 

"오늘로 200명! 이제 800명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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